2024년 개봉한 영화 하이파이브는 다섯 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뜻밖에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단순히 웃기기만 한 오락영화라기보다는, 캐릭터마다의 감정선과 메시지를 탄탄하게 담아낸 구성이 돋보이죠. 평론가 시선으로 바라본 이 영화는 연출의 세심함,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의 깊이까지 함께 살펴볼 가치가 있습니다.
가볍지 않은 유쾌함, 연출의 균형 감각
장항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본인의 장점을 잘 살렸습니다. 전체적으로 경쾌한 리듬을 유지하면서도, 인물들의 내면이나 감정 흐름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인상적입니다. 초능력을 주제로 한 만큼 자칫 과장되거나 억지스러울 수 있었지만, 각각의 능력이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과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설득력을 얻습니다. 예를 들어, 시간을 멈추는 능력을 가진 '아름'은 늘 주변과의 연결에 어려움을 느꼈던 인물인데, 그 능력 자체가 그녀의 내면을 상징하는 듯하죠.
감정이 극대화되는 후반부에는 연출의 밀도가 한층 높아집니다. 감정을 따라가는 롱테이크, 절묘한 클로즈업 활용은 장르적 재미를 넘어서 인물의 진심을 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감독은 상업성과 연출 철학 사이에서 흔들림 없는 중심을 유지한 채,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습니다.
인물에 맞춘 연기, 튀지 않지만 강한 인상
이 작품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캐릭터에 꼭 맞는 듯 자연스러웠다. 이동휘가 맡은 '진수'는 팀 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인데,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이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살렸습니다.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상황의 웃음을 잘 이끌어내는 감각이 눈에 띕니다.
'동민' 역을 맡은 이재인은 다소 절제된 표현으로 캐릭터의 책임감과 진중함을 담아냈고, 덕분에 팀의 중심을 자연스럽게 잡아줍니다. 감정선이 깊은 '아름' 역할의 라미란은 말보다는 눈빛과 호흡으로 감정을 전달하며, 후반부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 톤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과도한 연기나 설정을 밀어붙이지 않고 이야기의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덕분에 각각의 인물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며, 관객이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듭니다.
서사의 중심에 숨겨진 따뜻한 메시지
하이파이브는 결국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나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다섯 명의 인물은 서로 너무 다른 배경과 성격을 지녔지만,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점차 팀으로서의 색깔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갈등, 오해, 화해는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립니다.
특히 인상 깊은 점은 이 영화가 ‘초능력’을 마냥 화려한 소재로만 쓰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능력들은 캐릭터들의 내면적 상처나 고민을 비추는 거울처럼 활용됩니다. 혜미와 아름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은 여성 캐릭터 간의 서사로서도 의미 있고, 기존 남성 중심 히어로물과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죠.
마지막 장면에서 다섯 명이 나란히 서서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장면은 단순한 마무리가 아니라, ‘우리는 결국 함께일 때 진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장면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관객에게 전하고자 했던 진심일 것입니다.
영화 하이파이브는 웃음과 감동, 그리고 따뜻한 시선을 모두 갖춘 보기 드문 상업 영화입니다. 평론가 입장에서 본다면, 단순히 흥행을 노린 작품이 아닌, 메시지와 재미를 함께 고민한 웰메이드 영화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